독일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6일 김정은과 언제 어디서든 만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1차, 2차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독일의 민간 싱크탱크인 '쾨르버 재단' 초청 연설에서 "(김대중·노무현) 앞선 두 정부의 노력을 계승하는 동시에 한반도에 평화 체제를 구축하는 담대한 여정을 시작하고자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의 5대 대북(對北) 정책 방향을 제시하면서 추석 이산가족 상봉 등 당장 실천할 수 있는 4가지 제안도 내놓았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결단만이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는 길"이라며 "지금이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했다.
이어 "대화의 장으로 나오는 것도, 어렵게 마련된 대화의 기회를 걷어차는 것도 오직 북한이 선택할 일"이라며 "한반도 냉전 구조를 해체하고 항구적인 평화 정착을 이끌기 위한 우리 정부의 정책 방향을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흡수 통일 등 인위적 통일 시도 배제와 평화 추구 ▲북한 체제 안정을 보장하는 한반도 비핵화 추구 ▲한반도 평화 협정 체결 추진 ▲북핵 해결을 전제로 한 한반도 경제 공동체 추진 ▲정치·군사적 상황과 분리한 비정치·민간 교류 지원 등 5가지 원칙을 밝혔다. 이와 함께 "인간 존중의 보편적 가치와 국제 규범은 한반도 전역에서 구현돼야 한다"며 "북한 주민의 열악한 인권 상황에 대해선 국제사회와 함께 분명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도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쉬운 일부터 시작하자"며 4가지 대북 제안도 했다. 먼저 "올해는 (노무현 대통령 때 합의된) 10·4 선언 10주년이며 또한 10월 4일은 민족의 큰 명절인 추석"이라며 그때에 맞춰 이산가족 상봉과 북한 측 이산가족의 고향 및 성묘 방문을 추진하자고 했다.
둘째로 "평창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해 달라"고 했다. 셋째로 "휴전협정 64주년이 되는 올 7월 27일을 기해 남북이 군사 분계선에서 일체의 적대 행위를 중단하자"고 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남북 당국 간 접촉과 대화 재개"를 제안하면서 "올바른 여건이 갖춰지고 한반도의 긴장과 대치 국면을 전환시킬 계기가 된다면 나는 언제 어디서든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연설 앞부분에서 최근 북한의 ICBM 발사에 대해 "무모하다. 국제사회의 응징을 자초했다"며 "북한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 후속 조치로 북한에 조만간 적십자회담 등을 공식 제안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유진 통일부 부대변인은 7일 “대통령이 제안한 남북 간의 여러 과제를 이행하기 위해 후속 조치를 마련하고 있다”며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실무회담과 남북 간 적대 행위 중단을 위한 군사실무회담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북 특사 파견에 대해서도 “북핵 문제 및 남북 관계를 풀어나가는 데 필요하다면 추진해 나갈 수 있다”고 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에 대해 북한의 호응을 촉구했다. 조 장관은 경기도 안성에서 열린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 개원 18주년 기념식에서 “(베를린 구상은) 북핵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고 한반도에서 항구적인 평화를 정착해 나가려는 것”이라며 “북한은 머뭇거리지 말고 즉각 호응해 나와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군사회담 제의 가능성에 대해 "현재는 그것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문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군사분계선(MDL) 일대 적대행위 중지'를 제안함에 따라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할 가능성에 대해 "북측 반응에 따라 우리도 그에 따른 적절한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