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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정세

남북관계와 북한정세를 심층 분석합니다.
북한의 공간문헌과 정보를 분석하여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정책방안을 제안합니다.



북한이 28일 밤 자강도 전천군 무평리에서 화성 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기습 발사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날 발사한 미사일은 북한이 그동안 발사한 탄도미사일 중 처음으로 미(美)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능력을 분명하게 보여줬다는 데 군사적인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최대 사거리가 1만㎞ 이상이라는 것이다.

북한이 이날 발사한 화성 14형은 지난 4일 첫 발사된 화성-14형과 외형상 차이는 없다. 추력 80톤포스(80t의 무게를 밀어올릴 수 있는 힘)의 주엔진(일명 백두산엔진) 1개와 보조 엔진 4개를 장착한 1단 로켓, 2단 로켓, 탄두(彈頭) 등으로 구성된 2단 미사일이다. 하지만 지난 4일에 비해 크게 향상된 성능을 나타냈다.

지난 4일 화성14형은 최고 고도 2802㎞, 비행거리 933㎞, 비행시간 39분을 기록했다. 반면 28일 화성 14형은 최고 고도 3724㎞, 비행거리 998㎞, 비행시간 47분을 기록했다. 최고 고도는 900여㎞, 비행거리는 60㎞, 비행시간은 8분이 각각 늘어난 것이다. 두 발사 모두 정상적인 발사 각도(30~45도)보다 훨씬 급격한, 수직에 가까운 고각(高角) 발사로 이뤄졌다.

정상적인 비행궤도로 발사될 경우 최대 사거리는 4일 미사일은 7000~8000㎞였던 반면, 28일 미사일은 1만㎞ 이상일 것으로 추정됐다. 최대 3000㎞ 이상 늘어난 것이다. 24일 만에 이렇게 성능이 달라진 데 대해 군 당국과 전문가들은 미사일 엔진의 추력 등이 향상됐다기보다는 탄두중량을 낮추는 등의 방법을 썼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똑같은 엔진추력을 갖고 있더라도 탄두 중량이 가벼워지면 미사일은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다. 북한도 이번 미사일 발사의 목적이 최대 사거리를 보여주는 데 있었다고 주장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시험발사는 최대 사거리를 모의하여 최대 고각 발사 체제로 진행하였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북한은 4일에 이어 이번에도 대기권 재진입 시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군 당국은 여전히 북한의 재진입 시험 성공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재진입 시험에 성공하려면 탄두가 마하 24~25(음속의 24~25배)로 낙하하면서 생기는 7000~8000도의 고열을 견뎌내야 한다.

초고속으로 낙하하면서 탄두가 균일하게 깎이도록 하는 '화학적 삭마' 기술도 필요하다. 일부 전문가는 북한이 화학적 삭마 기술은 몰라도 내열(耐熱) 기술은 상당 수준 확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북한은 28일 발사가 성공했다고 하면서도 실전 배치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실전 배치 이전에 추가 시험 발사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실전 배치 시기는 당초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2~3년 내보다 앞당겨진 올해 말이나 내년쯤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일명 백두산 엔진 2~3개를 결합한 새로운 ICBM을 개발할 필요 없이 현재의 1개 엔진 장착ICBM만으로도 미 본토를 타격할 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구소련은 이미 60~70년대에 화성-14형처럼 추력 80t 엔진 1기를 장착한 SS-11 '세고' 2단 로켓 미사일로 1t 핵탄두를 1만1000㎞ 떨어진 미 본토까지 운반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었다.

한 전문가는 "북한이 러시아 수준으로 엔진의 효율성을 높이고 미사일 무게를 줄인다면 화성14형에 더 무거운 탄두를 장착해 미 본토를 타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 28일 밤 북한의 화성 14형 ICBM 기습 발사는 장소와 시점도 이전과는 차이가 난다. 기존 패턴을 깨뜨려 기습 효과를 극대화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북한이 중국 국경과 가까운 자강도에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처음이다. 미사일이 발사된 자강도 무평리는 중국 국경 압록강에서 30~40여㎞ 떨어진 곳이다. 압록강 등 중국 국경으로부터 수십㎞ 이내 지역은 유사시 한·미 양국군이 공습이나 순항·탄도미사일 공격을 하기 힘든 곳으로 꼽힌다.

이 지역에 대한 한·미 양국군의 공격이 이뤄질 경우 중국이 민감한 반응을 보여 군사적 개입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지역은 전면전이 나더라도 한·미 군이 개입을 자제하는 일종의 '완충 구역'으로 분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이 '완충 구역'에서 처음으로 ICBM을 발사한 것은 앞으로의 북한 전략을 가늠할 수 있게 한다는 평가다. 미사일 시험 발사와 실전 배치를 이 지역에서 함으로써 한·미 군이 선제타격이나 응징 보복을 하기 어렵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철우 국회 정보위원장은 30일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선제타격을 하려 해도 중국 국경 가까이에 있어서 타격할 수 없다"고 했다. 실제로 북한은 열병식 때 여러 차례 등장한 KN-08 ICBM을 시험 발사도 없이 평안북도 삭주군, 자강도 화평군 등 북한 후방 지역 '완충 구역'에 배치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금요일 심야 시간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도 한·미 군 당국의 대비 태세를 떠보거나 요격 체계 가동 시간을 교묘히 회피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7일 정전협정 체결 64주년을 앞두고 미 CNN 등 외신은 평북 구성 일대에서의 미사일 발사 징후로 보이는 움직임들을 주로 보도했다. 그러나 구성 쪽에서 움직임을 드러내면서 실제로는 자강도에서 미사일을 발사해 '성동격서(聲東擊西)식' 도발을 감행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 지역에 비가 내려 북한이 미사일을 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던 터에 취약한 금요일 심야 시간에 기습 발사해 한·미 군의 허를 찌르려 한 것이라는 평가다. 또 시야가 어둡거나 날씨가 좋지 않아도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을 만큼 기술적 신뢰성을 확보했음을 과시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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