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14일 전략군사령부를 시찰하면서 괌 포위사격 방안에 대한 보고를 받고 당분간 미국의 행태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김정은은 사령부 지휘소에서 전략군이 준비중인 괌 포위사격 방안에 대한 전략군사령관 김락겸의 보고를 받고 만족감을 표시한 뒤 "미제의 군사적 대결 망동은 제손으로 제목에 올가미를 거는 셈이 되고 말았다"면서 "비참한 운명의 분초를 다투는 고달픈 시간을 보내고 있는 미국놈들의 행태를 좀 더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고 중앙통신은 전했다.
이어 "조선반도(한반도) 정세를 최악의 폭발계선으로 몰아가고 있는 미국에 충고하건대 과연 지금의 상황이 어느 쪽에 더 불리한지 명석한 두뇌로 득실관계를 잘 따져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선반도지역에서 정세를 완화시키고 위험한 군사적 충돌을 막자면 우리 주변에 수많은 핵전략장비들을 끌어다 놓고 불집을 일으킨 미국이 먼저 올바른 선택을 하고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할 것"이라면서 "미국은 우리에 대한 오만무례한 도발행위와 일방적인 강요를 당장 걷어치우고 우리를 더이상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은은 "미국놈들이 우리의 자제력을 시험하며 조선반도 주변에서 위험천만한 망동을 계속 부려대면 이미 천명한 대로 중대한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위협하며 "망신을 당하지 않으려면 이성적으로 사고하고 정확히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계획한 위력시위 사격이 단행된다면 가장 통쾌한 역사적 순간이 될 것"이라며 "우리 당이 결심만 하면 언제든지 실전에 돌입할 수 있게 항상 발사태세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북한의 관영매체 노동신문·조선중앙통신·조선중앙TV는 김정은이 지난 14일 김락겸 전략군사령관으로부터 괌 포위사격 방안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고 15일 보도하며 여러 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이 중 김락겸 사령관이 김정은 위원장 오른편에서 책상 위에 놓인 지도를 지시봉으로 가리키며 설명하는 사진이 있다. 이 지도는 괌 포위사격 방안의 내용을 담은 것이다.
미국의 민간 연구소 ‘스트러티직 센티널’의 네이선 헌트 연구원은 이 사진의 지도를 특수편집했다. 그랬더니 ‘전략군 타격계획’이란 제목 아래 북한에서 괌까지 검은 선이 지도상에 그어져 있다. 김락겸 사령관이 지난 10일 괌 주변 30~40㎞ 해역으로 동시에 네 발을 쏘겠다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의 예상 비행경로를 표시한 것이다. 검은 선은 중간 부분에서 약간 끊겼다. 미사일의 비행 거리·속도·최대고도 등을 써 놓은 것으로 추정된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발사 지점을 확대하면 함경남도 신포시 북쪽 인근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4월에도 신포에서 두 차례 화성-12형을 시험 발사했다”고 말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분석관은 “김락겸 사령관의 지난 10일 발표 내용대로 화성-12형은 일본의 시마네현, 히로시마현, 고치현 상공을 지나도록 계획됐다”고 말했다. 다른 사진엔 김락겸이 김정은의 지시사항을 적고 있는 장면이 나온다. 김정은 뒤로 3장의 지도가 벽면에 걸려 있다. 각각 ‘남조선 작전지대’ ‘일본 작전지대’ ‘태평양지역 미제 침략군 배치’라는 글이 쓰여 있다.
남조선 작전지대 지도엔 남한에 그어진 네 개의 가로선이 보이고 선의 끝에는 알아보기 힘든 희미한 글씨가 적혀 있다. 신 선임분석관은 “해당 권역을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 기종으로 추정된다”며 “북한이 우리나라에 4개의 미사일 타격권역을 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작전지대 지도에선 선이 일본 남쪽 태평양 해상까지 이어져 있다.
일본 전역이 북한 미사일 사정권 안에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사진에선 김락겸 사령관이 김정은 건너편에서 지시봉으로 전략군 타격계획을 보고하고 있는 장면이 나온다. 김락겸 사령관의 배경으로 벽걸이 TV가 보이며, TV의 화면엔 사진 한 장이 떠 있다.
괌의 앤더슨 미 공군기지의 위성사진이다. 앤더슨 공군기지엔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B-1B, B-52H 등 전략 폭격기 편대가 배치돼 있다. 권용수 전 교수는 “일종의 엄포”라고 평가했다. 한편 조선중앙통신은 전략군사령부의 본부 건물과 지하 벙커 등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전략군사령부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운용한다. 미국의 대북 전문 매체인 38노스의 커티스 멜빈 연구원은 이 사진들을 종합해 전략군사령부의 위치를 평안남도 성천군 백원리 일대로 짐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