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NN 등에 따르면 37년간 짐바브웨를 통치해 온 세계 최고령 독재자(93세)인 무가베 대통령이 21일 전격 사임했다. 이날 개시된 무가베 대통령의 탄핵 절차도 곧바로 중단됐다. 무가베 대통령의 사임으로 이달 초 전격 해임된 에머슨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이 당분간 짐바브웨의 새 지도자로서 권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1980년 초대 총리에 오른 뒤 37년간 집권한 무가베는 올해 41세 연하의 부인 그레이스에게 대통령직을 물려주는 ‘부부 세습’을 시도했다가 역풍을 맞아 탄핵 위기를 자초했다. 짐바브웨 군부는 지난 15일 사실상의 쿠데타를 일으켜 정부를 장악한 상태다. 한편 북한은 무가베 대통령의 사임으로 아프리카 대륙의 끈끈한 우방 한 곳을 잃게 됐다.
짐바브웨와 북한은 1980년 짐바브웨가 영국에서 독립했을 때부터 대사급 외교 관계를 맺었다. 무가베 대통령은 1978년부터 1994년까지 총 8차례 북한을 방문했는데 특히 1980년 총리로 취임하자마자 북한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을 만났다. 그는 김일성의 북한 내 절대 권력과 김일성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숭배에 탄복했다고 전해진다.
무가베 대통령은 각료들에게 김일성의 연설문을 읽도록 지시했고 주체사상 서적들을 전시할 정도로 북한 정치에 매료됐다. 북한처럼 자신의 생일을 국경일로 만들었다. 특히 무가베 대통령은 1980년대 초 북한의 지원을 받아 수도 하라레에 거대한 ‘국립 영웅묘지’(Heroes Acre)를 만들었다. 김일성 사망 시 추도 위원회를 만들었고 매년 김일성 추모 모임도 열었다.
북한은 짐바브웨 독립 투쟁 당시부터 투쟁을 주도하던 무가베 대통령에게 무기를 지원했고 군사 교관을 파견하는 등 끈끈한 밀월 관계를 유지했다. 정식 수교 이후에도 북한은 짐바브웨에 유·무상으로 각종 무기를 지원했고 반정부 활동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100명 이상의 군사 훈련단을 파견하기도 했다.
현지 언론 ‘뉴짐바브웨’는 “무가베 대통령이 후계자 선정에서도 북한으로부터 영감을 찾으려고 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전했다. 무가베 대통령의 불명예 퇴진으로 그의 동상이 사후에 건립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다. 영국의 더타임스는 최근 “무가베 대통령의 90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북한 만수대창작사가 만든 무가베 동상 2개가 건립되지 못하고 창고에서 썩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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