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경제 병진노선’ 선포 5주년인 3월 31일 북한 매체들은 이를 전혀 언급하지 않아 그 배경에 주목된다. 정주년(5년 기준)을 크게 기념하는 북한으로선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반면 북한은 미국의 대북 인권 공세를 언급하며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핵’ 관련 발언을 자제하면서 분위기 조성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은 2013년 3월 ‘제3차 핵실험’ 강행 이후 3월 31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주재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열고 ‘핵·경제 병진노선’을 항구적인 노선으로 채택했다. 이후 우리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 서문에 ‘핵 보유국’임을 명시했다. 이후 작년까지 매년 3월 31일 노동신문 등이 ‘동방의 핵대국’ 등의 표현을 써가며 핵 보유를 정당화하는 보도를 내보냈다.
북한이 ‘핵·경제 병진 노선’ 5주년에 ‘핵’관련 언급을 하지 않은 것은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노동신문이 지난 3월 6일 논설에서 “우리의 핵 무력은 정의의 보검”이라고 주장한 이래 북한 매체에서 핵 관련 보도는 자취를 감췄다. 북한은 한·미·중에 ‘한반도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며 ‘비핵화’를 언급했었다. 특히 김정은은 방중 기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단계적 비핵화’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의 이 같은 ‘비핵화’ 의사 발언을 전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김정은의 비핵화 발언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미국의 대북 인권 공세에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31일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반공화국 인권모략소동은 존엄 높은 우리 공화국의 권위를 훼손하고 우리의 사상과 제도를 부인하는 용납 못할 적대행위”라고 비난했다.
노동신문은 1일 ‘우리의 국권, 인권을 유린해온 만고죄악’이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과거 미국 선교사들이 한반도에서 진행한 선교활동들에 대해 “우리 군대와 인민은 십자가를 들고 조선에 기여들어와 감행한 미국 살인마들의 만행을 절대로 잊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는 강력한 대북제재로 어려움에 처한 북한이 ‘거짓 비핵화’를 내세워 미북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이를 통해 시간 벌기 및 대북제재에 균열을 내려는 의도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