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은 군사적 긴장완화 방안을 협의할 장성급 군사회담을 오는 14일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8·15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논의할 적십자회담을 22일 금강산에서 각각 열기로 합의했다. 또 아시안게임 공동참가, 남북 통일농구경기 등을 논의할 체육회담을 18일 판문점 남측 지역인 평화의집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남북은 1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고위급회담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의 공동보도문을 발표했다.
4·27 판문점선언의 이행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은 또 개성공업지구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가까운 시일 내 개설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2016년 2월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 이후 사라진 양측 당국자들의 상주 사무실이 다시 설치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6·15 공동선언 발표 18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방안들을 문서 교환 방식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동해선·경의선 철도와 도로의 연결 및 현대화 문제를 협의할 남북 철도 및 도로 협력 분과회의와 산림 협력 분과회의, 올가을 북측 예술단의 남측 지역 공연을 위한 실무회담 등도 문서 교환을 통해 확정하기로 했다.
남북은 또 고위급회담을 정례적으로 개최하는 데도 합의했다. 남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서로 일정이 많아서 판문점선언에 이미 합의된 것을 우선으로 회담 날짜를 잡은 것”이라며 “다른 것은 앞으로 진행해 가면서 서로 양측에 일정이나 사정을 봐가면서 날짜를 합의해서 정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국의 북한식당 여종업원 집단탈북 문제 등 민감한 현안은 정식 의제로 다뤄지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 장관은 “한·미 군사훈련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탈북 종업원 문제는 원론적인 수준에서만 언급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담에 남측에서는 수석대표인 조 장관을 비롯해 김정렬 국토교통부 2차관,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김남중 통일부 통일정책실장, 안문현 국무조정실 심의관 등이 참석했다. 북측에서는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을 단장으로 김윤혁 철도성 부상, 원길우 체육성 부상, 박용일 조평통 부위원장, 박명철 민족경제협력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양측이 날짜를 확정한 후속 회담은 3개다. 군사적 긴장 완화와 국방장관 회담 개최를 협의할 장성급 군사회담이 14일 판문점 통일각,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공동 참가와 남북통일 농구 경기를 논의할 체육회담이 18일 판문점 평화의집, 8·15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논의할 적십자회담이 22일 금강산에서 각각 열린다.
12일로 예정된 미·북 정상회담이 끝나면 바로 남북 관계가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남북은 또 가까운 시일 안에 양측의 당국자가 상주하는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를 개성공단에 두기로 했다. 2005년 개성공단에 설치됐다가 2010년 폐쇄된 남북 경제협력협의사무소를 부활시키면서 과거 경협에 국한됐던 기능을 남북 관계 전반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통일부는 설명 자료를 통해 "6월 15일 이전 우리 측 사전 점검단이 시설 상태 점검을 위해 방북한다"며 "본 사무소 개소 이전에 임시 사무소를 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 남북은 동해선·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현대화하는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철도·도로 협력 분과회의, 산림 협력 분과회의, 가을에 이뤄질 북측 예술단의 남측 공연을 위한 실무회담 등의 개최 시점과 장소는 추후에 정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산림 협력 분야는 4·27 정상회담 직후 열린 판문점 선언 이행추진위 회의에서 가장 먼저 공식화된 남북 교류 사업이다. 이날 남북이 2주 앞으로 다가온 6·15 공동선언 기념 공동 행사 개최에 합의하지 못한 것은 정부의 예상을 빗나간 것이다.
정부는 개최를 확신하고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북측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의 동시 참가 방안까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회담 후 조명균 장관은 "6·15 남북 공동 행사는 개최하지 않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공동 보도문에도 '6·15 공동선언 발표 18돌을 의의 있게 기념하기 위한 방안들을 모색하고 문서 교환 방식으로 협의하기로 했다'는 내용만 담겼다. 정부 소식통은 "오전 회의가 끝난 뒤 북측의 태도가 바뀌었다"고 했다. 전직 통일부 관리는 "남북 관계뿐 아니라 미·북 정상회담까지 총괄하는 북 통일전선부가 또 하나의 대형 이벤트를 준비하는 데 부담을 느낀 것 같다"며 "북측 회담 대표가 그런 평양의 기류를 읽지 못한 채 회담에 임하자 뒤늦게 제동을 건 듯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