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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정세

남북관계와 북한정세를 심층 분석합니다.
북한의 공간문헌과 정보를 분석하여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정책방안을 제안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열리는 역사적 북미정상회담을 이틀 앞두고 10일 오후 싱가포르에 입국했다. 김정은 이날 오후 2시 36분(한국시각 15시 36분) 에어차이나 소속 보잉 747기 항공기를 타고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도착했다. 김정은이 2012년 집권 이후 판문점과 중국을 제외하고 외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중·러가 아닌 제3국을 정식 방문한 것은 1984년 김일성이 열차로 소련에 이어 폴란드·동독·헝가리 등 동유럽 8개국을 순방한 이후 34년 만에 처음이다. 1986년 김일성이 비공개로 소련 공산당 서기장 고르바쵸브의 부름을 받고 비행기를 타고 소련을 방문한 적이 있다.

김정은은 도착 직후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를 만났다. 정상국가 지도자처럼 움직인 것이다.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싱가포르 외무장관은 이날 트위터에 "방금 싱가포르에 도착한 김정은 위원장을 환영한다"며 김 위원장의 도착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그는 트위터에 비행기 트랙에서 내린 김 위원장을 직접 영접한 사진을 함께 올렸다. 사진에는 인민복 차림에 안경을 쓴 김 위원장이 활짝 웃으며 발라크리쉬난 장관과 악수를 하는 모습이 담겼다. 싱가포르 유력 방송사인 채널뉴스아시아도 생방송을 통해 김 위원장이 이날 오후 에어차이나 보잉 747기를 타고 창이공항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에어차이나 소속 보잉 747기종 항공기는 중국 고위급 인사용 전용기로, 북한이 이번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임차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평양에서 싱가포르까지의 거리가 약 5천km의 장거리라는 점을 고려, 노후기종으로 알려진 김 위원장의 전용기 참매1호 대신 중국 항공기를 이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의 이번 싱가포르 방문은 세계 초강대국 미국과의 역사적인 첫 정상회담을 통해 서방 외교무대에 공식 데뷔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문에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리수용 노동당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 리용호 외무상이 동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현지시간으로 오후 3시45분(한국시간 오후 4시45분)에 도착한 김정은 위원장의 전용기 '참매 1호'를 타고 싱가포르에 별도 입국한 것으로 보인다고 스트레이츠 타임스가 밝혔다. 김 위원장 일행의 도착 직후 공항 내 VIP 구역은 경찰에 의해 봉쇄됐으며, 잠시 후 김 위원장을 태운 리무진을 포함해 20대가 넘는 차량 행렬이 공항을 빠져나갔다.

북한은 김 위원장의 도착에 앞서 별도의 수송기를 통해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이용할 전용 방탄차(메르세데스-벤츠 S600 풀만 가드) 등 차량을 공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스트레이츠 타임스는 "김정은 위원장이 탑승한 차량은 BMW7 시리즈로 보인다"며 "북한측 대표단에는 경호원을 포함해 100명 이상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 일행을 태운 차량 행렬은 삼엄한 싱가포르 현지 경찰 등의 호위를 받으며 곧바로 숙소인 세인트 리지스 호텔로 이동했다. 현지 방송 화면에는 싱가포르 시민들이 거리에 늘어서서 김 위원장 차량 행렬을 향해 손을 흔들며 환영하는 모습이 비치기도 했다.

여장을 푼 김 위원장은 이날 저녁 리센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를 만나는 것으로 북미정상회담의 공식 일정을 시작한다. 앞서 싱가포르 외무부는 성명을 내고 리 총리가 싱가포르를 방문하는 김 위원장을 10일 면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면담 장소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싱가포르 정부가 과거 국제회의 등을 위해 자국에 오는 외국 정상을 대통령궁인 이스타나로 초청해 환대했던 전례를 고려하면 이번에도 이스타나궁에서 면담이 이뤄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어 12일 회담 전까지 남은 기간 세인트 리지스 호텔에 머물면서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

최선희 외무성 부상 등 이번 회담에 앞서 미국과 실무협의를 진행한 사전협상팀과 막판 협상 전략을 가다듬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도 캐나다 퀘벡주 샤를부아에서 8∼9일 이틀간 열린 G7 정상회의에 참석했다가 곧바로 9일(미국 동부시간 기준) 오전 싱가포르로 출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태운 전용기 에어포스원은 싱가포르 현지시간으로 10일 오후 8시35분(한국시간 오후 9시35분) 싱가포르 파야 레바르 공군기지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백악관이 밝혔다. 에어포스원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등이 동승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도착 직후 숙소인 샹그릴라 호텔로 이동할 예정이며,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1일에는 리 총리와 면담할 예정이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12일 오전 9시(한국시간 오전 10시)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개최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10일 싱가포르 방문에는 그간 대남, 대미 협상에 관여했던 인사들이 총동원됐다. 미·북 회담에서 김정은을 직접 보좌할 참모진은 크게 김영철(72) 대남 담당 당중앙위 부위원장이 이끄는 통일전선부 인사들과, 리수용(78) 외교 담당 당중앙위 부위원장이 이끄는 외무성 관리들로 구성됐다. 이달 초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예방했던 김영철은 이날 김정은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미·북 대화와 북핵 외교는 외무성의 전유물이었지만 이번 정상회담 국면에선 미 중앙정보국(CIA)과 북 통일전선부의 물밑 조율이 결정적 역할을 하면서 김영철의 영향력이 커졌다.

통전부 차원의 실무 총책은 김영철을 수행해 미국을 다녀온 김성혜(53) 통전부 통전책략실장이 맡고 있다. 남·북·미 비선 라인을 관리해온 맹경일 통전부 부부장이 동행했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리수용은 1980년부터 30년간 스위스 대사를 지내며 김정일 해외 비자금을 관리한 ‘김정일 금고지기’ 출신이다. 스위스 대사 시절 김정일의 자녀들인 정남·정철·정은·여정의 스위스 유학을 뒷바라지했다. 김정은에겐 혈육 같은 존재다. 리수용은 출국 직전 이뤄진 김정은의 평양대동강수산물식당 시찰에도 동행했다. 김정은에게 트럼프 대통령과의 담판 요령을 ‘집중 과외’ 중인 것으로 보인다. 외무성 내 ‘북·미 라인’으로 꼽히는 리용호(62) 외무상, 최선희(54) 부상, 최강일 북아메리카국 국장 대행도 출동했다. ‘김정은의 집사’로 불리는 김창선 국무위 부장(노동당 서기실장)은 지난달 말부터 싱가포르 현지에서 미측과 이번 회담의 의전·경호 문제를 논의해왔다. 지난 6~7일 베이징에 잠시 들렀던 것은 중국 측의 전세기 제공과 중국 영공 통과 문제를 매듭짓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창선은 이번 회담 운영상의 실무를 총괄하게 된다.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중앙위 제1부부장은 4·27 남북 정상회담 때처럼 김정은을 밀착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회담에 배석할 가능성도 있다. 전날 김정은의 숙소인 세인트 리지스 호텔에는 건장한 체격에 짧은 머리를 한 남성 20여명이 도착했다. 이들은 4·27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탑승 차량을 에워싼 채 뛰어다녔던 ‘방탄 경호단’과 흡사한 외모였다. 이들은 김정은 근접 경호를 담당하는 호위사령부 소속으로 추정된다. 호텔 로비에선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의 모습도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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