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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정세

남북관계와 북한정세를 심층 분석합니다.
북한의 공간문헌과 정보를 분석하여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정책방안을 제안합니다.



남북이 지난 22일부터 5박6일간 서울에서 신의주까지 열차를 시범 운행하며 북측 철도를 공동 점검할 계획이었으나, 군사분계선(MDL) 통과 승인권을 가진 유엔군사령부가 불허해 무산된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무산 직후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빈센트 브룩스 유엔군사령관을 긴급 면담했다고 복수의 군 소식통이 전했다. 하지만 유엔사는 불허 결정을 뒤집지 않았다.

유엔군사령관은 주한미군사령관이 겸직하는 자리다. 유엔사는 공식적으로는 ‘서류 미비’를 불허 이유로 들었지만 정부 주변에선 “남북 관계의 ‘과속’을 우려한 트럼프 행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통일부에 따르면 남북은 최근 진행 중인 철도 협력 사업과 관련, 지난 22일 6량의 객·화차를 서울역에서 출발시켜 이달 27일까지 경의선 북측 구간을 운행할 계획이었다. 서울역에서 MDL까지는 우리 기관차를, MDL에서 신의주까지는 북측 기관차를 이용하려고 했다.

통일부가 이 같은 내용을 ‘MDL 출입 계획’에 담아 유엔사에 제출했지만, 유엔사가 이를 불허한 것이다. 유엔사는 이날 배포한 입장문에서 “유엔사는 철로를 통한 (한국) 정부 관계자의 방북 신청을 정중히 거절했으며, 동시에 방북에 관한 보다 정확한 세부 사항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통일부가 제출한 서류가 미비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엔사가 우리 정부의 MDL 통과 신청을 불허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정부 소식통은 “통일부는 최근에도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 평양 유소년 축구 경기 등 대규모 육로 방북 행사를 치르는 등 MDL 통과 업무에 이골이 난 부처”라며 “서류 미비와 같은 실수를 저질렀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했다.

이 때문에 통일부는 유엔사의 결정에 크게 당황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해성 차관이 브룩스 사령관을 이례적으로 찾아간 것도 정부의 당혹감을 반영한다. 유엔군사령관은 통일부 차관의 통상적 대화 상대가 아니다.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천 차관은 브룩스 사령관에게 철도 사업뿐 아니라 남북 경협 사업 전반에 관한 브리핑을 했다”며 “이번 불허 결정을 재고해 달라고 요청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기를 바라는 취지였을 것”이라고 했다.

통일부 주변에선 “미국이 남북 철도 협력 사업의 대북 제재 위반 가능성을 따지기 위해 평소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 미국 정부는 남북 철도 협력 사업이 본격화할 경우 대규모 자금과 자재·장비가 북한에 투입된다는 점에서 제재 위반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남북 철도) 현지 공동조사는 대북 제재 위반이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기자들이 그것이 미국 정부의 견해인지, 우리 정부의 독자적 판단인지를 묻자 답을 하지 못했다. 외교 소식통은 “지금까지의 철도 협력은 사람들만 오갔기 때문에 제재와 무관했지만 이번엔 대북 제재 품목인 경유 등을 가득 실은 열차가 북한에 들어가는 것이라 제재 위반 여부를 꼼꼼히 살펴야 했을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무슨 근거로 제재 위반이 아니라고 확신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정부는 이번에 무산된 철도 공동조사 사업을 북한의 정권 수립 70주년(9월 9일) 기념일 이후 재추진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유엔사 관계자는 “이미 실무선에서 세부 계획을 주고받으며 조율이 진행 중”이라며 “다시 출입 계획이 들어오면 승인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취소 이후 악화된 미·북 관계가 풀리지 않으면 성사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만만찮다.

한편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29일(현지 시각) 한국 정부가 지난 6~7월 북한 개성 등지로 반출한 정유 제품 80(약 600배럴)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안보리 결의에 따라 대북 정제유 공급량은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돼 있다. 유엔 회원국들은 북한에 유류를 공급할 때마다 제재위에 그 내역을 통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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