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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정세

남북관계와 북한정세를 심층 분석합니다.
북한의 공간문헌과 정보를 분석하여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정책방안을 제안합니다.



미국과 북한이 폼페이오의 방북을 앞두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는 가운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북한에 대한 핵 리스트 신고·검증 요구를 뒤로 미루자고 우리 정부가 미국에 제안했다. 영변 핵시설 폐기와 종전선언을 맞바꾸자는 북한과 영변 보다 핵 리스트 신고를 먼저 요구하는 미국 사이에서 북한의 주장을 들어준 것으로 보인다.

강 장관은 4일 WP 인터뷰에서 “과거 경험으로 보면 핵 리스트의 검증을 두고 결론 없는 논쟁(back-and-forth)이 많이 벌어지고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8년) 세부적인 검증의정서 작업을 하다가 협상이 깨졌다. 다른 접근을 하고 싶다”고 했다. 또 4일 열린 내신 브리핑에선 ‘핵 신고와 검증은 IAEA나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통상적으로 구축된 절차 아니냐’는 질문에 “지금 과거 다른 나라의 비핵화 과정과 북한의 비핵화가 다른 것은 기본적으로 (북·미 간의) 불신”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신뢰 구축과 함께 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는 ‘미국이 북한을 적대시하므로 신뢰할 만한 상응 조치 없이 비핵화를 할 수 없다’는 북한의 논리와 똑같다.

강 장관은 또 “미국이 제공할 수 있는 상응 조치를 모두 다 한꺼번에 포괄적으로 고려하면서 로드맵을 만들어 나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핵 리스트를 언젠가는 봐야 하지만, 행동과 상응 조치로 (미·북) 양측에 충분한 신뢰가 생기면 그런 순간이 더 빨리 올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미국이 이런 우리 정부의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강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검증을 미루자는) 제안이 미국과도 협의된 내용이냐’는 질문에 “한·미 간에 생각을 꼭 같이 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한 협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도 어느 정도 융통성을 갖고 접근하고 있다”고 했다. 선 종전선언에 반대하는 미국내 여론도 강하지만 결국 11월 중간 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리냐에 따라 비핵화 전망이 엇갈릴 전망이다. WP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같은 트럼프 정부 내 강경파들은 종전 선언이 북·중에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할 구실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 종전 선언 서명에 여전히 회의적”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도 “미군의 동아시아 주둔을 오랫동안 불평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요구에 개의치 않고 종전 선언에 서명하는 데 열려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를 의식해 핵 신고를 미루고 종전 선언에 동의하면, 북한에 대한 완전하고 불가역적이며 검증 가능한 비핵화(CVID)의 실현은 물 건너갈 가능성이 크다. 핵 신고·검증 절차 없이 영변 핵 시설만 파괴하면 북핵 개발의 ‘지문(指紋)’이 인멸되면서 북한 핵무기의 규모를 알 수 없게 된다. 북한 핵 능력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하고 종전선언을 해줄 경우 북한은 파키스탄처럼 암묵적으로 핵보유국의 지위를 인정받는 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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