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 사찰단의 방북을 허용할 준비가 됐다고 8일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1박2일 일정의 평양·서울 방문을 마치고 중국으로 떠나기에 앞서 기자들에게 브리핑을 하며 이 같이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제 사찰단의 방북을 허용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의전, 수송 등 문제가 합의되는 대로 사찰단이 풍계리 핵실험장과 미사일 엔진 시험장을 방문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미국이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을 향후 핵 신고·검증의 시작점으로 보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지난달 남북 정상회담을 비롯한 여러 계기에 "우리는 핵실험장을 폭파하는 진정성을 보였는데 왜 이를 평가해 주지 않느냐"는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이것이 미국에 전달됐고, 미국도 풍계리 사찰을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확인하는 프로세스의 기점(起點)으로 여겨 수용하게 됐다는 것이다.이와 함께 풍계리 갱도가 정말 되돌릴 수 없게 파괴됐는지 확인할 수 있고, 북한이 여섯 차례에 걸쳐 실험한 핵무기 종류·규모를 확인할 만한 시료를 채취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가운데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북한 핵시설 사찰 여부는 관련국의 정치적 합의와 IAEA 이사회의 승인에 달려 있다고 8일(현지 시각) 밝혔다. IAEA 대변인실 관계자는 이날 북한 핵실험장을 사찰할 계획이 있느냐는 미국의소리(VOA)의 질문에 "IAEA의 북한 사찰은 관련국들의 정치적 합의와 IAEA 이사회의 승인에 달려 있다"며 "우리의 잠재적 역할을 두고 추측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사찰단의 역할과 구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7일(현지시간) 미 국무부의 발표에 따르면 북한에 갈 사찰단의 기본 역할은 지난 5월 이뤄진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해체 상황을 확인하는 것이다. 미 국무부는 "핵실험장이 불가역적으로 해체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사찰단"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지난 5월 24일 한국과 미국 등 5개국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풍계리 핵실험장 2·3·4번 갱도와 막사, 단야장(금속을 불에 달구어 버리는 작업을 하는 자리), 관측소, 생활건물 본부 등을 연쇄 폭파하는 방식으로 핵실험장 폐기를 진행했다.
사찰단은 주로 2,3,4번 갱도가 재건해 쓸 수 없을 정도로 폐기됐는지를 우선 확인하게 된다. 폐기 확인 '플러스 알파'를 할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2006년부터 작년까지 진행된 총 6차례 핵실험과 관련한 정보를 시료 채취 등을 통해 파악하는 정밀한 검증까지 하도록 북한이 허용할지 주목되는 것이다.
풍계리 사찰단이 어떻게 구성될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향후 북한의 핵 신고 내용에 대한 검증을 담당할 본격적인 사찰단 구성에 앞선 '전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 기구는 한 국가가 평화적 용도로 핵시설을 사용하는지를 감시하는 역할을 하기에, 핵무기와 관련한 검증은 IAEA의 기본 역할을 넘어서는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때문에 이번 핵실험장 검증은 미국, 중국, 러시아 등 핵을 보유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전문 인력 중심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핵 사찰단이 북한을 방문하는 것은 IAEA 사찰단이 2009년 4월 추방된 이후 9년여 만이 된다. 다만 핵실험장 폐기 확인에 국한된 이번 사찰단은 북한에 상주하며 영변 핵시설의 가동 중단 등을 확인하던 과거 IAEA 사찰단과는 엄밀히 말해 성격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