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일(현지시각) 러시아와 맺은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공식 탈퇴했다. 이에 따라 지난 30여년간 전세계 핵전쟁 위협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한 국제 조약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면서 신냉전식 군비 경쟁이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국무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987년 러시아와 맺은 INF 조약 이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탈퇴 절차는 6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미국은 30년 이상 INF 조약을 성실히 지켜왔지만, 러시아가 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는 상황에서 혼자 남아있을 수가 없다"며 "우리는 INF 또는 어떤 조약에도 일방적으로 묶여있는 세계 유일의 나라가 될 수 없다"고 했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 정부가 러시아와 함께 중국을 동시에 겨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미국이 러시아의 조약 위반을 주장했지만, 트럼프 정부의 진짜 목표는 중국을 포함한 더 광범위한 미사일 금지 해제를 노린 것"이라며 "트럼프 정부 인사들은 이 조약이 중국의 군비 확장 등 새로운 군사 위협에 대응하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이었다고 지목해왔다"고 했다.
INF는 1987년 12월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현 러시아) 공산당 서기장이 맺은 협정으로 사거리 500~5000㎞인 중거리 핵 미사일의 생산과 실험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는 최근 몇 년간 전략 무기 개발이 이어지는데 대해 서로 INF를 위반했다고 비판해 왔다. 특히 러시아가 지난해 3월 신형 핵미사일 개발을 발표하며 신무기 개발을 공식화하자 미국은 러시아에 INF를 준수하라며 여러 차례 촉구했다. 작년 10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러시아가 핵 합의를 위반하고 우리에게 허용되지 않는 무기를 만들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탈퇴의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