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말로 예정된 2차 미·북 정상회담 준비 협상을 위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3일 방한(訪韓)한다. 비건 대표는 3일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해 이달 6일쯤 평양에서 카운터파트인 김혁철 전 스페인 대사를 만나 실무 협상을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장소 후보로 판문점도 거론되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실무 협상 날짜와 장소는 보안 문제 때문에 임박한 시점에 전격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건 대표는 김혁철과 만나기에 앞서 4일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나 협상 전략을 조율할 것으로 전해졌다.
미·북은 이번 실무 협상을 통해 2차 정상회담 합의 문서에 담길 비핵화와 상응 조치를 놓고 막판 줄다리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비건 대표는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미 스탠퍼드대 연설에서 김정은이 작년 10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 때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 시설의 폐기 및 파기를 약속했다고 밝히면서 "상응 조치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나의 북측 카운터파트와 만나 논의할 문제"라고 했었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은 상응 조치로 종전 선언과 인도적 지원 확대를 제시할 수 있다"면서 "대북 제재만큼은 비핵화 완료 시까지 쉽게 완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그와 같은 미국의 협상 카드를 수용할지가 이번 협상의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미국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북한의 핵 신고 시점을 늦추는 등 북한이 요구하는 단계적 조치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과 관련해 미국의 전문가들이 "선(先) 비핵화 원칙에서 후퇴한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서 "비건 대표가 '(비핵화 관련) 동시적 조치'를 언급한 것은 그동안 미국이 고수해온 기존의 '선 비핵화 원칙'과 전혀 다른 것"이라며 "북한은 시간을 끌면 결국 미국이 (더 많은 양보를 해) 타협할 것이라고 계산하고 협상을 늦출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이 방송에서 미국이 상응 조치로 '종전선언'에 서명할 것을 우려하면서 "종전선언은 평화조약 체결로 이어지고, 더 나아가 유엔 사령부와 주한미군 철수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이날 미국의소리(VOA) 방송에서 비건 대표의 협상 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비건 대표가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동시적, 병행적'으로 조치를 취하겠다고 한 것은 과거 (북한과 미국이 수차례 맺었던) 포괄적 합의와 비슷하다"고 했다. 결국 과거와 같은 단계적 협상 방식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비건 대표의 발언이 협상의 유연성을 발휘한 것이란 평가도 있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 특사는 VOA에서 "'미국은 북한이 모든 것(완전한 비핵화)을 하기 전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한 것은 협상에 조금 더 유연성을 발휘한 것"이라고 했다.
스콧 스나이더 외교협회 선임연구원도 이 방송에서 "미국이 비핵화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해 약간의 유연성을 발휘한 것으로 평화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북한과의 외교적 관계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며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비핵화와 함께 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미국의 최종 목표에 변함이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