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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정세

남북관계와 북한정세를 심층 분석합니다.
북한의 공간문헌과 정보를 분석하여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정책방안을 제안합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11일(현지 시각) 워싱턴에서 열린 카네기재단 주최 핵 정책 포럼에서 "점진적 (북한) 비핵화는 없다"며 "우리는 일괄타결을 원한다"고 말했다. 전날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제재 해제를 맞교환하는 '빅딜(big deal)'을 주장한 데 이어 비건 대표까지 나서 '일괄타결식 빅딜'이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 목표임을 재확인한 것이다. 북한 비핵화 협상의 미국 측 대표인 그가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 후 공개 석상에서 북한에 관해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비건 대표는 이날 "(북한의) 비핵화를 점진적으로 진행하지 않을 것이고, 정부는 이에 대해 완전히 일치하는 입장을 갖고 있다"며 "처음부터 미국의 입장은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라고 했다.

비핵화의 범위와 관련해선 "핵연료 사이클의 모든 영역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대량살상무기(WMD) 제거에 대해 완전하게 약속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핵무기 위협만 제거하고 생화학무기의 존재를 계속 인정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했다. 북한을 향해 '일괄타결식 빅딜' 수용을 강하게 압박한 것이다.


'대화파'로 분류되는 비건 대표는 앞서 지난 1월 스탠퍼드대 연설에선 "미국은 북한 측에 싱가포르에서 한 약속을 동시적·병행적으로 추구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당시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 주장을 수용하는 듯했지만 이번엔 180도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날 비건 대표는 미국이 하노이 회담에서 영변 핵시설의 '부분적' 비핵화와 제재 해제를 맞바꾸지 않은 데 대해선 "(제재 해제가) 미신고되거나 남은 WMD 프로그램을 발전시키는 데 직접 보조금을 주는 꼴이 된다"고도 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기조가 선(先) 비핵화, 후(後) 제재 완화 방식의 '리비아식 해법'으로 북한을 압박하던 1년 전으로 사실상 돌아간 것"이라고 했다. 다만 비건 대표는 이날 "외교는 여전히 살아 있다"며 "우리는 관여를 유지하고 있고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6~8일 비건 대표의 평양 방문 직후 '빅딜' 추진에 무게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미·북 협상에 정통한 서울의 외교 소식통은 "평양 실무 협상이 아무 성과 없이 끝난 뒤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가 '빅딜 아니면 노딜(no deal)'로 기울었다"고 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빅딜, 노딜에 스몰딜(small deal)을 포함한 3개 안을 갖고 하노이에 갔지만, '영변 플러스 알파(α)' 요구에 묵묵부답인 북측 태도에 노딜을 최종 결심했다"고 전했다.


미측은 최근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우리 정부의 제재 면제·완화 추진 움직임에 매우 거북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식통은 "지난 7일 미 국무부 고위 관계자가 우리 정부 당국자를 만난 직후 브리핑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제재 면제를 검토하느냐'는 기자 질문에 '노(No)'라고 한마디로 잘라 말한 것은 상징적인 장면"이라며 "아직 우리 정부는 미국의 대북 강경 기조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백악관은 이날 의회에 2020년 회계연도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국가 방어 전략' 비용으로 전년 대비 약 5% 인상된 7180억달러를 편성했다. 이와 관련해 "북한과 이란 같은 불량 정권(rogue regime)에 맞서고 대응하기 위한 노력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미 공군은 핵무기 탑재 신형 전략폭격기를 개발하는 등 전략자산 현대화를 통해 '핵 억제력'도 강화할 방침이다. 미 재무부가 북한 금융기관들과 거래할 경우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의 대북 금융거래 주의보를 올해 처음으로 발령했다.


11일(현지 시각) 미국의소리(VOA)방송에 따르면 미 재무부 금융범죄단속반(FinCEN)은 지난 8일 발표한 금융거래 주의보에서 북한이 국제기구인 자금세탁방지기구(FATF)로부터 자금 세탁과 테러 자금 문제 등으로 '대응 조치'가 필요한 나라로 지정됐다고 적시했다. VOA는 북한이 8년 연속 '대응 조치'가 필요한 나라로 지목된 유일한 국가라고 했다. 자금세탁방지기구가 말하는 '대응 조치'란 사실상 금융 관계를 끊거나 최소화하라는 뜻이다. 미국은 이 같은 금융거래 주의보를 1년에 보통 두 차례 발표한다. 이번 주의보는 지난해 10월 31일 후 약 4개월 만에 나온 것이다.


미 재무부는 총 12페이지로 된 주의보 내용 중 약 6페이지에 걸쳐 북한 관련 내용을 설명해 대북 금융거래에 대한 경각심을 높였다. 재무부는 자금세탁방지기구가 이란에 대해서는 '대응 조치' 아래 단계인 '중대한 주의(enhanced due diligence)' 국가로 분류했다고 밝혔다.재무부는 주의보에서 북한과의 어떤 금융거래도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이나 탄도미사일 활동을 촉진시키는 데 활용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북한에 가해진 유엔 안보리 차원의 제재 결의를 거론하면서 북한과의 새로운 합작 사업, 유엔의 사전 승인 없는 북한 은행과의 거래와 계좌 개설 등이 금지된다고 했다.


북한이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처음으로 '완전한 비핵화'를 언급했다. 하지만 비핵화 방식으로는 종전 '단계적 해법'을 재차 강조했다. 북한 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는 12일 "(미·북) 두 나라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고 조선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 체제를 구축하고 완전한 비핵화로 나가려는 것은 우리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했다. 이어 "(미·북 정상은) 앞으로도 긴밀히 연계해 나가며 하노이 수뇌 회담에서 논의된 문제 해결을 위한 생산적인 대화들을 계속 이어 나가기로 하셨다"고 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 매체가 '완전한 비핵화'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북한 소식통은 "북한이 김정은 평양 복귀 후 일주일간 내부 토론을 거쳐 일단 미국과 계속 대화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북한은 비핵화 방식으로 자신들이 주장해온 '단계적·동시적' 해법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전날 통일신보는 하노이 회담 당시 북이 미국에 제안했다는 '영변 핵 시설 폐기와 일부 제재 해제'안을 언급하며 "두 나라 사이의 신뢰 조성과 단계적 해결 원칙에 따라 가장 현실적이며 통 큰 보폭의 비핵화 조치"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요구하는 '일괄 타결식 비핵화 빅딜'은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외교 소식통은 "단계적 비핵화와 빅딜을 둘러싼 미·북의 샅바 싸움이 장기화하며 미·북 대화가 헛돌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한편 북한은 오는 18일부터 입국하는 외국인 관광객 수를 매일 1000명으로 제한하기로 했다고 중국 관영 영자 신문 글로벌타임스가 이날 보도했다. 작년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이후 북한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해 수용 능력을 초과하는 사태가 벌어지자 올해 성수기를 앞두고 북한 정부가 미리 조치를 내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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