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6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대한 동시다발 요격 시험에 세계에서 처음으로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재건 움직임을 보이는 등 미·북이 기싸움을 벌이는 상황에서, 이는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라는 해석이다.

미 미사일방어국(MDA)에 따르면, 이번에 미국은 지상 기반 미사일 요격(GMD) 시스템의 하나인 지상 발사 요격 미사일(GBI) 동시다발(salvo) 시험에 성공했다. GBI는 지상 기지에서 발사돼 최대 2000㎞ 고도의 우주 공간에서 적 ICBM과 충돌해 파괴한다. 대기권보다 훨씬 높은 고도에서 요격이 이뤄져 미 본토를 안전하게 방어할 수 있다고 한다.
미국이 GMD 시스템의 GBI 발사 시험을 재개한 것은 2017년 5월 이후 1년 10개월 만이다. GMD 시스템 시험은 1999년 10월부터 2017년 5월까지 모두 18차례 진행돼 10차례 성공했다. 이는 단수 미사일에 대한 요격이었다. 반면, 이번 시험은 2개의 목표물을 요격하는 것이었다. 사무엘 그레이브스 MDA 국장은 "ICBM을 목표로 한 첫 번째 GBI 동시다발 요격"이라며 "중대한 위협에 대해 능력 있는 억지력을 보여준 이정표"라고 말했다.
이번 시험은 미 캘리포니아에서 6438㎞ 떨어진 마셜제도의 미 육군 레이건 시험장에서 가상 적 ICBM이 발사되면서 시작됐다. 적 ICBM 발사가 탐지되자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의 지하격납 시설(사일로)에서 GBI 요격미사일 2기가 잇따라 발사됐다. 먼저 발사된 GBI가 ICBM을 1차로 요격한 뒤 잇따라 발사된 GBI가 남겨진 잔해(파편) 중 가장 위협적인 목표물을 파악해 명중시켰다.
그레이브스 국장은 "(요격) 시스템은 설계대로 정확히 작동했다"고 했다. 이번에 미국은 가상 적 ICBM이 어느 나라를 상정한 것인지 밝히지 않았지만 북한이 지난 2017년 시험 발사에 성공한 화성 14·15형 ICBM을 상정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GBI는 길이 16.76m, 직경 1.27m로, 최대 사거리는 5300㎞, 최대 속도는 마하 33.8(음속의 33.8배)이다. 탄두에는 폭발물이 없이 EKV라 불리는 요격체가 적 ICBM과 직접 충돌해 파괴하는 방식이다. 현재 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에 총 44기가 배치돼 있다. 미국은 이를 2023년까지 64기로 늘릴 계획이다. 2017년부터는 GMD보다 높은 수준인 다중목표 요격 미사일(MKOV) 시스템 개발에도 착수해 2025년까지 완료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