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북한의 심각한 식량난을 강조하며 식량 지원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북한 내 식량 가격은 6개월 가까이 하락세인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쌀값은 최근 6개월 사이 1kg당 1000원가량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 식량 사정이 악화됐다는 전망과 어긋나는 것이다. 북한 식량난이 실제론 심각한 수준이 아니거나 북 당국이 민심 수습 차원에서 가격 통제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 식량 가격을 정기적으로 조사하는 데일리NK는 '평양의 쌀 1㎏ 가격이 지난해 11월 5000원에서 계속 떨어져 4월 30일 기준으로 4000원대에 형성돼 있다'고 했다. 같은 기간 평북 신의주의 쌀 1㎏ 가격도 5100원에서 4010원으로, 양강도 혜산은 5175원에서 4200원으로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북 전역에서 쌀 가격이 1000원가량 떨어진 것이다.
이혜훈 국회 정보위원장도 14일 "(북한의 식량 사정이) 인도주의 차원에서 굶어 죽기 때문에 지원을 해야 된다고 보기에는 좀 어려운 상황"이라며 "장마당의 식량 단위 가격이 작년 5000원 선에서 요즘 4000원 선으로 내려왔다는 얘기들이 있다"고 말했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 당국이 올해 1월 말 2호 창고(군량미 보관 창고)를 열어 시중에 쌀을 풀었고, 최근 중국과 러시아에서 식량 지원이 들어와 공급량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다른 대북 소식통은 "시장에서 활동하는 주민들은 스스로 벌어 식량을 사지만 배급을 받는 당·정·군 간부들과 인민군, 교원, 기간산업 근로자, 평양 시민 등 핵심 계층에 공급할 식량이 부족해졌다"고 했다.
앞서 세계식량계획(WFP)은 지난해 북한의 곡물 총생산량이 2009년 이후 최저치인 490만t으로 올해 136만t의 곡물 부족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외에서 유입량과 과거 비축미 등으로 인해 실제 시중에서 쌀 부족은 그리 심각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북한 전역에는 500여개 상설 시장과 2000여개 장마당이 있는데, 이곳에서 일정 기간 식량이 저장·유통될 수 있다는 얘기다. 국책 연구소 관계자는 "과거에는 작황 악화가 곧바로 식량난으로 연결됐지만, 최근에는 시장이 활성화돼 주민들도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유엔 보고서에 북한 인구 450만 명이 사실과 다르게 조작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유엔을 통해 보다 많은 식량 지원을 받기 위해 북한이 인구 수를 실제보다 부풀려 보고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북한이 인구통계를 유엔에 보고할 때, 실제보다 450만 명을 부풀린 상태로 통계를 조작해 보고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450만 명이 적다면 북한에 필요한 식량 수요도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국제무역센터(ITC)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북이 중국에서 수입한 밀가루 등 식량이 담배나 과일보다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밀가루 수입은 1644만달러였지만 담배는 1765만달러, 과일·견과류는 2600만달러나 됐다. 쌀 등 곡물은 180만달러에 그쳤다. 밀가루 수입은 작년 1분기보다 40% 가까이 줄었다. 반면 담배·과일 등 기호 식품 수입은 해마다 늘었다. 해외 북 전문가들도 식량난에 대해 유보적인 판단을 내놓고 있다. 세계은행 전 고문은 "북 무역 통계와 시장 가격 등을 감안할 때 아직 식량난으로 볼 만한 조짐은 없다"며 "현재 식량 부족은 가뭄으로 인한 봄철 작물에 대한 것"이라고 했다. 연례적으로 식량 지원을 요청해온 북한이 유독 이번엔 대북 제재를 식량난의 원인으로 강조하는 것도 이상하다. 미 국무부 전 북한인권특사는 월스트리트저널에 '북이 제재 완화를 얻어내기 위해 주민 고통이 (외부 세계에) 부각되기를 원할 수 있다'고 했다. 제재를 흔들려고 식량 문제를 과장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식량 위기 국가가 많아야 각국에서 많은 기금을 지원받아 활동이 활성화되는 WFP의 조직 생리와, 더 많은 식량을 공짜로 받아내고 싶은 북한의 의도가 맞물려 북한의 식량 위기가 부풀려 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금 정부가 식량 지원의 근거로 삼는 것은 세계식량계획(WFP)이 밝힌 136만t 부족 추정이 사실상 전부다. 그러나 WFP가 얼마나 북측 사정의 진실을 확인했는지 의문이다. 북이 보여준 것만 보고 왔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WFP가 추산한 올해 북 곡물 생산량은 490만t이다. '고난의 행군' 시기의 북 생산량은 350만t이었다. 뉴욕타임스는 "북에서 대량 기아 사태가 발생했다는 보고는 전혀 없다"고 전했다. 정부는 이런 소식에 아예 귀를 닫고 있다. 대북 지원으로 남북 이벤트를 다시 열어보려는 생각뿐이다. 청와대 안보실장은 이날 "대북 식량 지원 원칙을 이미 확정했다"고 밝혔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까지 열어 "국제 기구를 통한 지원 또는 직접 지원 등 구체적인 계획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미국 조야(朝野)에선 식량 지원이 북 당국의 가용 자원을 무기 개발에 전용하도록 돕는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현장 감시 원칙이 철저히 지켜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로버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는 12일(현지 시각) "북한 정부의 책임을 외국의 지원으로 대체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