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두 차례 미사일 발사를 현지 지도한 후 16일째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작년 한·미와 협상 국면 이후 활발한 대내·외 활동을 해왔던 김정은이 이처럼 길게 칩거한 건 이례적이다. 지난달 말 러시아 방문 때 김정은의 흐트러진 모습과 최근 더 비대해진 신체 등을 근거로 김정은 건강 이상설도 나오고 있다. 김정은은 지난 2월 말 하노이 회담 이후 당 중앙위 전원회의와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하고, 북·러 정상회담, 경제 현장 시찰, 군 훈련 참관 등 총 19회의 일정을 소화했다. 평균 3일에 한 번꼴로 공개 행보를 했다.
외교가와 북한 전문가 사이에선 김정은의 공개 행보 중단이 건강 이상 징후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은 지난 4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얼굴이 붉게 상기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간단한 연설 도중에도 몇 차례나 숨을 헐떡였다. 정보 소식통은 "김정은의 얼굴과 목 부위가 부풀고 체중도 더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조경환 고려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러시아 방문 때 김정은의 얼굴빛이 검붉게 변한 걸 볼 수 있다"며 "이는 고지혈증, 당뇨병 등 성인병이 악화됐을 때 보이는 징후"라고 했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 간부들 사이에서도 김정은 건강 악화설이 심심찮게 들린다"며 "특히 당뇨병이 악화됐다는 얘기가 많다"고 했다.
지난해 국정원은 김정은의 건강에 대해 "비교적 양호하지만 당뇨 및 고혈압이 있다"는 취지로 보고했다. 하노이 회담 이후 증상이 더 악화됐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현영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30대 중반에 접어든 김정은은 관리를 하지 않으면 성인병이 급격히 안 좋아질 수 있다"며 "평소 주변에서 김정은의 생활 습관에 대해 충고하기 어렵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고 했다. 하노이 회담 결렬에 충격을 받은 김정은이 스트레스로 폭음(暴飮)과 폭식(暴食)을 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한 고위 탈북자는 "김정은은 원래도 폭음을 즐겼지만, 최근 혼자 만취할 때까지 술을 마신다는 얘기가 있다"고 했다. 전직 정보 당국 관계자는 "러시아 방문 때 김정은이 입은 인민복 상의 아랫부분이 구겨지고 접힌 모습이 포착됐는데, 전용 차량 안에서 몸을 눕듯이 젖힌 채 앉아 있었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반면 김정은이 미국과 협상 교착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전략을 짜거나 도발을 준비 중이란 분석도 있다. 두 차례의 미사일 발사에도 미국이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자 칩거하며 '출구 전략'을 모색 중이라는 것이다. 남주홍 전 국정원 1차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방북까지 사실상 무산되며 김정은이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대미, 대남 전략을 찾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북한 대외용 주간지 '통일신보'는 26일 "남조선 당국이 (남북공동) 선언 이행에서 나서는 근본 문제들을 제쳐둔 채 인도주의 지원과 교류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생색이나 내고 여론을 기만해보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우리 정부의 인도적 지원과 식량 지원 방침을 평가 절하한 것이다. 대신 미국을 설득해 대북 제재를 풀라고 압박한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