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27일 일본 오사카(大阪)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한·중 정상회담을 갖고 시 주석의 방북(訪北) 결과 등을 논의했다. 한·중 정상회담은 작년 11월 이후 7개월 만이다. 시 주석은 문 대통령에게 "(김정은의) 비핵화에 대한 의지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김정은은 시 주석에게 대북(對北) 제재 해제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이 부분에서 중국의 역할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김정은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고 싶어 하며 인내심을 유지해 조속히 합리적 방안이 모색되길 희망한다"며 "(김정은이) 한국과는 화해 협력을 추진할 용의가 있으며 한반도에서의 대화 추세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이 전한 김정은의 메시지는 '제재 해제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미·북 정상회담 등 대화 시도를 계속해보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북한의 공개적 대남 비난에도 남북 정상회담 등에 대한 의지가 있다는 것이 시 주석의 메시지였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북·중 정상회담, 북·미 정상의 친서 교환 등은 북·미 대화의 동력을 높였다"며 "북·미 간 조속한 대화가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고 대변인이 전했다. 중국발 미세 먼지 문제에 대해 문 대통령은 "중국은 앞선 경험과 기술이 있는 만큼 미세 먼지 해결에 함께 협력하자"고 했다. 시 주석은 "현재 중국은 환경 보호에 대해 10배의 노력을 기울고 있고 적극 협력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시 주석의 방북과 미·중 무역 갈등 등으로 무산된 시 주석의 이른 시일 내 방한(訪韓)을 다시 요청했다. 그러나 시 주석은 방한 시기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회담은 40분간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28일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갖는다.
문 대통령은 한·중 정상회담 직후 동포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여건이 대한민국 민단 중앙단장은 "지금 한·일 관계가 너무 어렵다"며 "한·일 관계는 우리에게는 사활의 문제"라고 했다. 악화일로의 한·일 관계 개선을 호소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즉답하지 않은 채 "(강제징용 조선인들의 집단 거주지였던) 우토로 마을은 강제 퇴거의 위기도 있었지만 지금 양국 정부와 시민단체가 힘을 모아 주민들을 위한 주택을 건설하고 있다"며 "우토로가 평화와 인권을 배우는 역사의 산 교육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간사이(關西) 공항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비를 피할 수 있는 지붕 있는 트랩 없이 직접 우산을 쓰고 비행기에서 내렸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일본의 의도적 '홀대' 논란이 제기됐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사진 취재 편의 등을 고려한 우리 측의 선택"이라며 "비를 맞더라도 환영 나온 분들에 대한 예의를 갖추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28일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개막하는 G20(주요 20국) 정상회의는 미·중 무역 전쟁, 호르무즈해협 긴장 고조, 한·일 갈등이 중첩되는 상황에서 열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미중 양국 간 무역 전쟁이 격화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담판'을 통해 협상 재개를 선언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북한 비핵화 해법을 놓고도 이견을 보이고 있는 미·중은 이번 G20 회의를 '자국 영향력 확대'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등 10개국 정상과 회담하고, 미·일·인도 3국 정상회의도 갖는다. 시진핑 주석도 한·중 정상회담에 이어 중·러·인도 3국 정상회의를 앞두고 있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는 지난 4월 26일, 이달 5일에 이어 두 달 사이 세 번째 만난다. 중·러 정상은 4~6월 각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만났다. 미국의 반(反)화웨이 캠페인과 인도·태평양 전략, 북한 문제 해법을 놓고 미·일 대(對) 북·중·러 구도가 더욱 뚜렷해진 것이다.
반면 우리 정부는 이 구도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G20 회의에선 각국의 양자·다자 접촉이 약 200차례 열리지만, 한·일 정상회담과 한·미·일 정상회의는 열리지 않는다. 한·미·일 3국 정상회의는 2017년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이후 개최된 적이 없다. 그간 동북아 정세를 집중 논의해오던 3국 협의체가 한·일 관계 악화 등으로 작동을 멈춘 것이다. 미·북 비핵화 협상 교착 속 한·미·일 '3각(角) 안보 협력 체제'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전직 대사는 "남북 대화에 올인하다가 북한·일본으로부터 외면받고, 미·중 패권 경쟁에서도 샌드위치 신세가 되면서 한국의 외교적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고 했다.
퇴조하는 한·미·일 3자 회의를 '신(新)3자 회의'가 대체하는 모양새다. 미·일·인도 정상회의가 작년 11월 부에노스아이레스 G20에 이어 이번(28일 오전)에도 열리는 것이다. 이 국가들은 이번 G20 회의를 중국을 견제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국제적으로 공인받는 무대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미국과 일본, 미국과 인도는 각각 통상 갈등을 겪고 있지만, 안보 협력만큼은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 26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도 인도·태평양 전략 확대의 계기로 활용했다. 남태평양 뉴칼레도니아에 영토를 둔 프랑스를 '태평양 국가'로 간주, 이 지역 해양 안보·경제 협력에 합의한 것이다. 27일엔 인도·태평양 전략의 주요 파트너인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도 정상회담을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서울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동참과 한·미·일 안보 협력을 위한 한·일 관계 개선을 요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