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3일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3발가량을 탑재할 수 있는 3000급 추정 신형 잠수함을 공개했다. 신형 북한 잠수함은 SLBM 한 발을 탑재한 기존의 2000톤급에 3배 많은 SLBM을 탑재하고 미 본토에 접근해 타격하는 성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미국에 직접적 위협이 되는 북한의 새 전략 무기가 등장한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 동지께서 새로 건조한 잠수함을 돌아보셨다”며 “잠수함을 돌아보시며 함의 작전전술적 제원과 무기 전투 체계들을 구체적으로 요해(파악)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어 “건조된 잠수함은 동해 작전 수역에서 임무를 수행하게 되며 작전 배치를 앞두고 있다”고 밝혀 실전 배치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북한이 함경북도 신포조선소에서 3000톤급 잠수함을 건조하는 정황은 수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포착됐지만 실체가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신형 잠수함은 사거리 1500~2000㎞인 북극성-1형 SLBM 3발을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LBM 잠수함은 지상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보다 훨씬 탐지가 어려워 위협적인 전략 무기다. 북한의 신형 잠수함 공개는 지난달 30일 판문점 회동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합의한 실무 협상이 미뤄지는 상황에서 이뤄져 ‘대미(對美) 압박 차원’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 시각) 기자회견에서 판문점 회동 이후 미·북 간 어떤 일정이 예정돼 있느냐는 질문에 “최근 북한과 매우 긍정적인 서신 교환이 있었다”고 했으나 북한이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신형 잠수함 공개’로 대응했다는 것이다.
북한이 23일 신형 잠수함을 공개한 것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에 이어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본격적인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전력을 보유하게 됐음을 의미한다. SLBM 잠수함은 탐지가 어려워 ICBM에 비해 생존성이 뛰어나고 위협적이다. 전쟁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급 전략 무기로 평가되는 이유다.
북한은 이날 잠수함 전체 모습은 공개하지 않은 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찰하는 모습과 함께 함미(艦尾)와 선체 측면 등을 부분 공개했다. 전문가들은 사람 크기 등을 고려했을 때 북한의 기존 잠수함보다 훨씬 큰 3000톤급 신형 잠수함으로 평가했다. 북한은 지금까지 SLBM 잠수함으로 2000톤급인 신포급(고래급) 한 척을 보유해왔다. SLBM 잠수함치고는 작아 함교(艦橋)에 구멍을 내 SLBM 한 발을 탑재하는 형태였다. SLBM은 2016년8월 시험 발사에 성공한 북극성-1형(고체연료)을 탑재했다. 북극성-1형은 고각(高角) 발사로 500여㎞를 날아가 정상 비행 시 1500~2000㎞를 날아갈 것으로 분석됐다.
이날 북한의 신형 잠수함 공개는 미·북 정상이 ‘6·30 판문점 회동’에서 합의한 ‘2~3주 내 비핵화 실무 협상 개최’가 이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1주일 전 북한은 다음 달로 예정된 한·미 연합 훈련을 맹비난하며 미·북 실무 회담의 보이콧과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시험·발사 중지) 약속의 파기를 위협했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잠수함 공개는) 실무 협상을 앞두고 미국을 압박해 몸값을 높이려는 대외적 목적과 함께 미·북 협상 국면에서 사기가 저하된 군부를 달래려는 대내적 목적도 있다”고 말했다. 신형 잠수함이 북한이 예고한 ‘특별 병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지난 11일 우리 군의 F-35 스텔스 전투기 도입을 비난하며 “살인 장비들을 초토화할 특별 병기 개발과 시험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했다.
북한 입장을 대변해온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이날 “미국은 비핵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객관적인 조건과 환경을 마련해야 하며, 조선(북한) 측이 접수할 수 있는 현실적인 협상안을 가지고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선반도 비핵화는 ‘조선의 일방적인 핵 폐기’가 아니다”라며 “조선의 핵과 탄도로케트는 핵전쟁의 위험이 가셔지지 않고 오히려 짙어진다면 그 힘을 부단히 강화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 시각) “최근 북한 측과 매우 긍정적인 서신 왕래가 있었다”며 “북한이 준비되면 (실무 협상에서)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취재진으로부터 ‘판문점 회동 이후 북한과의 실무 협상 일정이 잡혔느냐’는 질문을 받고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실무 협상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미·북 간 대화의 끈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21일 하트 미디어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한 (비핵화)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며 “그(비핵화)에 대한 대가로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분명한 입장을 취해왔다. 우리는 일련의 체제 안전 합의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