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이 2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공정한 방위 분담' 요구와 관련, "미국의 요구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 외에 역내 동맹의 '인도·태평양 전략' 역할 확대라는 더 큰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공정한 분담은) 역내 안보와 번영을 위해 북한의 선박 간 환적 단속 확대 등 동맹국의 실제 병력 동원 부담을 포함하는 의미"라며 이같이 말했다.
인도·태평양 전략은 중국의 군사적 팽창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아시아 안보 구상이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3일 "의미가 불분명했던 '공정한 방위 분담'의 의미에 대해 브룩스 장군이 '인도·태평양 전략 동참을 의미한다'고 해설해준 것"이라며 "미국이 방위비 협상을 고리로 향후 대북 압박뿐 아니라, 남중국해에서의 항행의 자유 작전 등 대중(對中) 압박에도 한국의 동참을 강력 요구할 것이란 얘기"라고 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특히 "이(미국의 요구)는 전통적으로 한반도 내 대북 억지력에 초점을 맞췄던 한·미 동맹 전략의 전환이 요구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한·미 동맹 전환이) 북한의 현 상황과 별개로 이뤄질 수 있는가? 중국의 반응을 고려할 때 (한국이) 정치적으로 (동맹 역할 확대를) 할 수 있을까?"라고 물은 뒤 "답하기 어렵다. 결국 한국 정부 스스로가 결정할 문제"라고 했다. 한국이 한반도를 넘어 미국의 아시아 전략에 동참하는 문제는 계속 논의돼 왔지만, 한국이 중국 등의 거센 반발을 뚫고 실제 이를 실행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 국방정보국 출신인 브루스 벡텔 앤젤로 주립대 교수도 VOA에 '공정한 방위 분담'과 관련, "비용과 직결되는 역내 동맹의 해군력 동원 요구가 높아질 것"이라며 "선진화된 해군력을 가진 한국 등의 남중국해 문제 참여를 (미국이) 적극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 대사는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국제해양력 심포지엄' 기조연설을 통해 "가까운 미래에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완전히 재편될 것"이라며 "한·미가 더욱 강력한 파트너십을 구축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우리 군 안팎에서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과 대중 압박 동참 요구라는 두 가지 의제가 연동되면서 정부가 더욱 난처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중국과의 관계 악화가 부담스럽다면 관련 비용이라도 더 내라는 미국의 '청구서'가 날아들 것"이라고 했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WMD 대응센터장은 "그동안 소파(SOFA·한·미 주둔군 지위 협정)의 기본 정신에 따라 장비·물자는 미국이, 시설·부지는 한국이 제공해왔는데 이제 이를 넘어서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국방부는 방위비 분담금과 대중 압박 동참 문제 등에 대해 "합리적이고 공정한 방향으로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군 내부에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왔다. 군 관계자는 "분담금을 더 내든, 아니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군사적인 일조를 하든 선택을 해야 할 순간이 올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