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7일 김계관 외무성 고문 명의로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이 계속 북한의 '선(先) 핵 포기'를 주장하고 있어 미·북 정상회담 전망이 어둡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추켜세우며 "용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북 실무협상 재개를 앞두고 '기 싸움'을 거는 한편, 정상 간 '톱 다운' 방식 합의에 기대를 표한 것으로 보인다.
김계관은 이날 담화에서 "(앞선 미·북) 수뇌회담에서 합의된 문제들을 이행하기 위한 실제적인 움직임이 따라서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하여 앞으로의 수뇌회담 전망은 밝지 못하다"고 밝혔다. 김계관은 이어 "워싱턴 정가에 우리가 먼저 핵을 포기해야 밝은 미래를 얻을 수 있다는 '선 핵 포기' 주장이 살아 있다"며 "또 한 차례 수뇌회담이 열린다고 하여 과연 조·미 관계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되겠는가 하는 회의심을 털어버릴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자들과는 다른 정치적 감각과 결단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나로서는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현명한 선택과 용단에 기대를 걸고 싶다"고 했다. 6자회담 수석대표였던 김계관은 이날 '외무성 고문'이라는 직책으로 다시 등장했다. 그는 지난 4월 최선희의 승진 전까지 외무성 1부상을 지냈으나 이후 외교위 명단에 이름이 빠져 퇴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6일(현지 시각) 미·북 실무 협상에 대해 "날짜를 잡지 못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제안했던 9월 말 실무 협상 재개는 물 건너간 것이다. 조셉 윤 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앤드루 킴 전 미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도 미·북 간 협상은 장기전이 될 것이라고 27일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뉴욕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북 협상에 구체적 계획이 있는가'란 질문에 "9월 말까지 실무 협상이 있기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내비친 (북한의) 공개적 성명을 봤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한 것(실무 회담)이 일어나도록 할 수 없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리 팀은 그들(북한)과 만날 준비가 돼 있다"며 "우리는 (북한이 미국에 거는) 전화벨이 울리고 북한 사람들에게 맞는 장소와 시간을 찾아갈 기회를 얻고, 북한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비핵화) 약속을 이행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으로부터 '전화'를 언급한 것을 볼 때 미국의 제안에 아직 답을 주지 않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나는 너무 오래지 않아 우리가 (실무 회담을) 한다는 것을 알리고,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팀이 그 일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공화당 내에선 북한이 제안한 단계적 비핵화에 반대하며 "일괄 타결만이 해법"이란 강경론이 커지고 있다. 이날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공화당 중진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단계적 비핵화에 대해 "(단계적 접근을 할 경우) 북한은 원조만 받고 핵무기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마크 메도스 하원의원도 단계적 비핵화 합의 가능성에 대해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추구하는 합의는 "비핵화 아니면 전무(全無)의 합의"라고 말했다. 상원 외교위 동아태 소위원장인 코리 가드너 공화당 의원도 이 방송에서 "왜 우리가 (단계적 비핵화로) 북한이 단계적으로 국제법을 위반하도록 허용해야 하는가"라고 말했다.
한편 조셉 윤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세계지식포럼에 연사로 나서 "제 결론은 1라운드는 김정은 위원장이 이겼다는 것"이라며 "미·북 간 협상은 장기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앤드루 킴 전 센터장도 "올 연말 (미·북) 정상회담에서 합의를 하더라도 내년 검증 단계에서 모든 게 달라질 것이기 때문에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