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복동생인 김평일(65) 주(駐)체코 북한대사가 조만간 교체돼 북한으로 귀국할 것으로 보인다고 국가정보원이 4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했다. 또 김평일의 누나 김경진의 남편인 김광석 주오스트리아 북한대사도 교체돼 동반 귀국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김평일은 1970년대 김정일과의 권력투쟁에서 밀려 40여년간 해외를 떠돌았다. 그런 김평일이 매형과 동반 귀국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제재 장기화와 이에 따른 경제난으로 대내외적 위기를 느끼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혹시 모를 리스크’ 관리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백두 혈통의 방계’를 곁에 두고 감시하며 미국 등 외부 세력이 이들을 ‘김정은의 대안’으로 고려하는 상황을 미연에 막겠다는 것이다.
1954년생인 김평일은 김일성 주석의 두 번째 부인 김성애의 장남이다. 김정일에게 밀려난 뒤 1979년 유고슬라비아 주재무관을 시작으로 헝가리, 불가리아, 핀란드,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를 떠돌았다. 1998년 폴란드 주재 대사로 발령났고, 17년 만인 2015년 1월 체코 주재 대사로 옮겼다. 해외 생활을 하면서도 집중 감시와 견제를 받았다. 2015년 체코로 옮긴 것도 김평일의 위상이 높아질 것을 우려한 김정은의 견제 때문으로 알려졌다. 대북 소식통은 “김평일을 체코로 보낸 것도 그가 17년간 폴란드 대사를 지낸 경륜을 바탕으로 주재국 외교단장을 맡을 차례가 된 것과 무관치 않다”고 했다.

김평일은 김정일 생전엔 거의 북한에 들어가지 못하다가 김정일 사망 4년 후인 2015년 7월 제43차 대사회의 참석차 평양에 들어가 김정은을 만났다. 김일성의 아들이라는 점 때문에 2017년 2월 독살당한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과 함께 잠재적 ‘북한 망명 정부 수반’으로 자주 회자됐다. 김정남 독살 이후로 신변 위협에 노출됐다는 우려도 꾸준히 제기됐다. 김평일이 작년 12월 체코에서 김정일 사망 7주기 행사를 개최한 것은 이런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한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다.
최진욱 전 통일연구원장은 “(김평일 소환은) 미국 등 국제사회의 전방위 제재·압박이 강화되는 가운데 대내외 불안 요인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조치로 보인다”며 “김정남처럼 해외에서 제거하기보다 평양으로 불러 감시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반면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8년간 집권하며 통치에 자신감을 갖게 된 김정은이 해외로 유배 보낸 김평일까지 불러들여 자신의 정통성 강화에 활용하려 한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서훈 국정원장은 4일 서울 내곡동 국정원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이동식 발사대(TEL)를 이용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사흘 전 북한이 이동식 발사대로 ICBM을 발사하기 어렵다고 했던 말을 뒤집은 것이다. 서 원장은 이날 “이동식 발사대에 싣고 일정한 지점에 발사대를 거치해 ICBM을 발사하는 것도 이동식에 해당한다”고 보고했다. 또 “과거엔 북한이 TEL에서 ICBM을 발사한 적이 있는데 최근 TEL에 문제가 있는지 발사 장소에 가서는 지지대에 올려놓고 쐈다”고 밝혔다.
반면 정 실장은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감에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이 폐기되면 북의 ICBM 발사 능력은 없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고 했다. 당시 정 실장의 발언은 군 정보 당국의 판단과 달라 논란이 됐다. 국정원은 이날 정 실장이 폄하한 북한의 최근 ‘신형 4종 세트’ 도발에 대해서도 “최근 미사일이 액체 연료에서 고체 연료로 가고 있다”며 “고체 연료는 사전 준비가 필요 없기 때문에 이것을 인식하기 굉장히 어렵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북한의 미사일 능력에 대해 정 실장이 운영위 국감에서 “우리 안보에 위중한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밝힌 것과 달리 “위협이 된다”고 답했다. 안보 컨트롤타워의 투톱인 안보실장과 국정원장의 대북 미사일 능력에 대한 판단이 정면으로 배치된 것이다.
국정원은 최근 북한이 시험 발사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 3형과 관련해서는 “기존 북극성에 비해 비행 성능과 탄두 탑재 능력이 향상됐다”며 “건조 공정 마무리 단계인 신형 잠수함에서의 발사 가능성을 주시 중”이라고 했다. 국정원에 따르면, 북한은 SLBM 발사관이 장착된 신형 로미오급 잠수함 진수가 임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2월 (북·미) 정상회담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지난 10월 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미 실무 접촉을 통해 상호 입장을 파악한 만큼 다시 한 번 만나 본격적인 협의에 들어갈 시기가 됐다”며 “늦어도 12월 초까지는 (북·미가)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그러나 국정원은 3차 미·북 정상회담의 연내 개최 가능성을 거론하면서도 구체적 근거는 대지 못했다. 지난달 미·북 스톡홀름 실무협상 결렬 이후 외교가에서 “연내 미·북 정상회담은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부쩍 많아진 것과는 상반된 상황 인식이다. 정보기관이 확실한 정보에 근거해 판단하지 않고 막연한 ‘장밋빛 전망’만 띄운다는 지적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