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고모이자 2013년 12월 반당반혁명종파분자로 숙청·처형당한 장성택 전 노동당 행정부장의 부인 김경희가 6년 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27일 공개한 평양 삼지연극장에서 25일 열린 설맞이 기념공연 영상에 김경희는 모습을 드러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이날 김정은의 공연 관람 소식을 전하면서 최룡해 국무위 제1부위원장 다음으로 김경희를 호명했다.
영상에서 김정은은 부인 리설주와 함께 김경희, 김여정 당 제1부부장,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리일환 당 부장, 조용원 당 제1부부장 등과 함께 공연장에 들어섰다. 김경희는 혼자 움직였고 상복과 같은 검은 옷을 입고 선글라스에 가까운 안경을 낀 채 무표정한 얼굴로 박수만 쳤다. 공연이 끝난 뒤 김정은은 간부들과 함께 무대로 내려가 공연자들을 격려했지만 김경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북한이 남편 장성택 처형 이후 6년 만에 김경희를 공개한 것은 그동안 제기된 온갖 신병 이상설을 잠재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경희는 김일성의 친딸이며 김정일의 친동생으로 김정은 정권의 후견일 역할을 해오던 인물이다. 비록 남편인 장성택이 처형당했지만 재등장한 것은 소위 ‘백두혈통’은 죄를 묻지도 물을 수도 없다는 혈통의 신격화를 통해 김정은 정권의 정통성을 강조하려는 행로보 보인다.
김경희는 2013년 9월 9일 김정은과 함께 정권 수립 65주년을 기념해 열린 노농적위군 열병식에 참석하고 조선인민내무군협주단 공연 관람 후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감췄다. 이후 조카인 김정은이 2013년 자신의 남편인 장성택을 ‘반혁명분자’로 공개 처형 이후 두분불출 하면서 숙청설·뇌졸증 사망설·독살설·자살설 등이 난무했다. 국가정보원은 2017년 김경희가 평양 근교에서 은둔하면서 신병치료를 하고 있다고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한 적이 있다. 김경희는 당뇨와 알코올 중독 등으로 건강이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이 지난해 두차례 백두산을 등정하고 선대의 ‘항일빨치산’ 정신으로 미국의 제재 압박 등 여러 난제를 정면 돌파하자고 선언한 시점에 김경희의 재등장은 의미가 있다. 그간 김경희를 둘러싼 난설을 잠재울 뿐 아니라, 김씨 일가가 모두 건재하며 단합된 모습을 주민에게 보여주며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1946년생으로 고령인 데다 남편 처형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터라 다시 당 관련 직책을 맡거나 정치 활동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두문불출했던 김경희의 등장은 반혁명분자 남편의 처형을 정당화한 것이면서도 명절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짙은 남색 또는 검은색으로 보이는 한복 차림을 함으로써 정치적 고려와 민심 등을 두루 의식하는 모습이었다. 북한 내부에서도 김경희의 등장은 상당한 화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지난해 김정일의 이복동생으로 40년간 국외에서 떠돌이 생활을 했던 김평일을 불러들이기도 했다.
그만큼 내부 통제력과 리더십에 자신감이 붙었다는 뜻이다. 1972년 장성택과 결혼한 김경희는 딸이 2006년 프랑스 유학 중 사망해 친자식이 없다. 1987년 당 경공업부장을 맡으면서 김정일의 공식 수행원으로 보도되는 등 주요 역할을 수행했으며, 김정은 체제에서도 정치국 위원을 맡고 군 경력이 없는데도 대장 계급장을 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