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5일 서울 국방부 장관의 ‘선제타격’ 시사 발언을 문제 삼은 2차 대남담화를 통해 ‘대남 核타격’ 및 ‘남조선군의 궤멸·전멸’을 언급했다. 핵은 미국의 침략을 막기 위한 자위적 수단으로 선전하던 북한이 유사시 남한을 향해 ‘핵 공격’을 할 수 있다는 의지를 처음 내비친 것이다.
이틀 전 남한을 향해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 또는 “참변을 피하려거든 자숙해야 한다”는 위협에서 이날 담화에서 “남조선 스스로가 목표 판이 되는 것” “남조선이 우리와 군사적 대결을 선택하는 상황이 온다면 부득이 우리의 핵 전투 무력은 자기의 임무를 수행해야 하게 될 것”이라며 대남 핵공격 의도를 노골화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까지 간다면 무서운 공격이 가해질 것이며 남조선군은 괴멸, 전멸에 가까운 참담한 운명을 감수해야 한다. 이것은 결코 위협이 아니다”라고 으름장을 놨다. 이틀 전 자신들을 ‘핵보유국’으로 지칭했던 북한이 이번에는 유사시 핵사용 의지를 밝힌 셈이다.
특히 이번 담화를 통해 북한이 구체적인 ‘핵 작전 계획’ 공개한 것도 주목된다. 김여정은 이번 담화에서 개전 초기에 핵무기를 동원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남한과 군사적 대결 상황이 닥치면 ‘핵전투무력’은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며 “전쟁 초기에 주도권을 장악하고 타방(상대방)의 전쟁의지를 소각하며 장기전을 막고 자기의 군사력을 보존하기 위해서 핵전투무력이 동원되게 된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핵을 최후의 수단으로 남기지 않고 적극적으로 핵전력을 전쟁 초기에 활용할 수 있음을 공개한 것이다.
한미연합 작전계획(작계)에는 개전 초기 북한이 장사정포를 동원해 서울과 수도권을 집중 포격하는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미는 북한의 실질적인 핵 공격을 가정해 최근 작계를 ‘최신화’하기로 했다. 지난달 31일 원인철 합참의장과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이 서명한 전략기획지시(SPD)에 따라 한미는 작계 최신화에 착수했으며 이르면 1~2년 이내에 작업이 완료될 것으로 관측된다.
김여정의 ‘핵전투무력’ 발언은 한미의 이런 움직임에 대한 경고로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한미 군 당국의 작계 최신화에 대한 북한의 경계심을 노출한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김여정은 이번 담화에서 핵무력 사용을 겁박하는 동시에 “우리는 남조선을 겨냥해 총포탄 한 발도 쏘지 않을 것” “서로 싸우지 말아야 할 같은 민족”이라며 한미공조에 균열을 내고, 향후 도발의 책임을 남한에 떠넘기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김정은 치적 과시와 체제 결속을 위해 고강도 도발을 준비 중인 북한이 실제 도발 시 가해질 국제사회의 비난·압박을 회피하기 위해 남한을 핵인질로 삼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외부의 위기의식을 강조해 국방력 강화의 정당성을 확보하면서 4월 김일성 생일 110주년을 계기로 전략도발에 대한 명분을 쌓기용이란 관측도 나온다. 북한은 김일성 110회 생일(4월 15일)을 앞두고 7차 핵실험, ICBM 또는 장거리 로켓 발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등을 강행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