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성 SAND연구소 사무국장
⦁ 북한 주민 4명 목선 타고 귀순 “장기간 계획 세워 남한행”
⦁ 北, 연일 '풍작' 선전 ... 만성적인 식량난 해소에는 역부족
⦁ 외화난 겪는 北, 우방국 우간다에서 50년 만에 대사관 철수, 홍콩·유럽에서도 공관 철수
북한 주민 4명 목선 타고 귀순 “장기간 계획 세워 남한행”
지난 10월 24일 새벽 북한 주민 4명이 소형 목선을 타고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한국으로 귀순했다. 이들은 일가족으로 조사과정에서 “여러 경로를 통해 남한 사회가 북한보다 살기 좋다는 내용을 접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남한 사회를 동경해 오다 장기간 계획을 세워 귀순을 실행했다는 것이다.

2019년 북한 주민들이 타고 온 목선을 북한에 인계하기 위해 이동하는 모습. (사진: 통일부)
앞서 5월 어선을 타고 서해 NLL을 넘어 해상 귀순한 두 일가족은 한국 TV를 몰래 보거나 국내 탈북단체가 북한으로 날려 보낸 대형 풍선에 실린 휴대용저장장치(USB) 등을 통해 한국 사회의 실상을 접했다고 진술했다. 이번에 귀순한 일가족도 비슷한 경험을 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에 귀순한 북한 일가족은 갈수록 악화되는 식량난을 견디기 힘들었고, 주민 통제와 억압이 심한 북한 체제에도 염증을 느껴 장기간 사전 계획을 세워 탈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목선을 준비해 뒀다가 북한 당국 감시가 느슨해진 날을 ‘탈출 날자’로 정해 귀순한 것으로 보인다. 60대 여성을 비롯한 3명의 여성과 1명의 남성 등 일가족 4명의 건강 상태는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에도 해상 귀순이 이뤄져 북중 국경봉쇄 상황에서 배를 이용한 탈북이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올 3분기 국내에 들어온 탈북민은 40명으로 집계됐다. 이에 올 들어 9월까지 전체 입국 인원은 13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2명에 비교해 3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코로이전에는 한 해 1000여 명 이상이 탈북한 바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올해 국경 봉쇄가 일부 완화되고 중국 내 이동 제약도 해소되면서 다시 입국자가 증가한 것”이라며 “다만 향후 입국추이는 변수가 많아 현 단계로서 예측하기 어렵고, 코로나19 이전 시기의 탈북인원을 회복할지 여부도 예상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北, 연일 '풍작' 선전 ... 만성적인 식량난 해소에는 역부족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월 25일 자신들의 최대 곡창지대인 황해남도 지역의 가을걷이 소식을 전하면서 “농장들의 포전(논밭)마다에는 예년에 없는 흐뭇한 작황이 펼쳐졌다”며 “일부 포전에서는 2배 이상의 소출을 거뒀다”고 주장했다.
북한 지역의 올해 식량 작물 작황이 일부 좋아진 점도 있지만 식량문제 해결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추진한 김정은의 성과를 부각하려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황해남도의 농장들에서 알곡 생산 계획을 성과적으로 수행한 자랑을 안고 결산분배가 연이어 진행되고 있다고 10월 25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북한 내 곡물 가격도 하락했다. 일본의 북한 전문매체인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북한 내 옥수수 가격은 지난 20일 기준 1㎏당 2550원(북한 화폐)으로 올해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9월 1㎏당 6800원까지 올랐던 쌀 가격도 5700원까지 떨어졌다.
이와 관련 봄 가뭄, 여름 홍수, 일조량 부족 등 기상악화로 작황에 타격을 받았던 지난해와 달리 기상여건 좋았던 올해 북한 지역의 식량 작물 작황이 예년 수준을 회복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럼에도 만성적인 식량난을 해소할 수준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농업 전문가인 권태진 GS&J 인스티튜트 원장은 “올해 기상여건이 예년에 비해 양호했고, 외국으로부터의 수급 등 외부 요인이 북한 식량 작황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부분적 작황 증진이 북한의 만성적인 식량난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했다. 북한 식량난의 근본적 원인은 사회주의 집단영농 시스템 자체의 한계에서 기인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혁개방을 통해 농업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않으면 식량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10월 12일에 발표한 ‘배급과 시장의 충돌’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2020~2022년 북한의 1인당 양곡 공급량이 182㎏으로 급감했는데, 이는 고난의 행군 시기인 1994~1999년 1인당 양곡 공급량인 201㎏을 하회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임 연구위원은 북한에서 물리적·심리적으로 심각한 공급위기가 닥친 원인으로 ‘배급-시장 병립체제’에서 정부가 일괄 통제하는 ‘양곡전매제’로 양곡 유통제도를 전환한 것을 지목했다. 북한의 식량 사정은 알려진 것보다 더 나쁠 가능성이 크며, 피해는 주로 저소득층에 집중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앞으로도 장마당을 배제한 채 곡물의 생산·유통을 직접 통제하는 '신양곡정책'을 토대로 각 지역의 농장에서 생산한 양곡을 계획에 따라 입도선매(벼를 논에서 거두지 않은 채로 팔아 버리는 일)한다면 내년 초 춘궁기를 앞두고 또다시 식량 부족 사태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외화난 겪는 北, 우방국 우간다에서 50년 만에 대사관 철수 ...
홍콩·유럽에서도 공관 철수
북한이 최근 아프리카에서 잇달아 재외 공관을 폐쇄한 가운데 스페인에서도 철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에 홍콩 주재 총영사관 폐쇄 의사를 전하는 등 재외공관 10여 곳의 운영을 중단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강화로 공관 유지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북한이 동아프리카 외교 거점국이자 오랜 우방인 우간다에서 50여 년 만에 외교 공관을 철수한다. 10월 25일 우간다 언론 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정동학 우간다 주재 북한 대사는 최근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북한은 대외 기관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아프리카에서 대사관 수를 줄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며 “우간다가 여기에 포함됐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 정문 (사진: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유럽의 스페인에서도 대사관을 철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1일 스페인인민공산당(PCPE)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외교 문서 '구상서'에 따르면 주스페인 북한 대사관의 서윤석 임시 대리 대사는 지난달 26일 북한 외교 사절단의 철수를 알리며, 앞으로는 주이탈리아 대사관이 관련 업무를 담당한다고 밝혔다.
최근 북한은 재외 공관 축소 움직임을 보여왔다. 지난달 25일을 전후해 아프리카 우간다와 앙골라 대사관을 폐쇄한다는 소식이 북한 매체를 통해 전해졌고 홍콩 총영사관의 경우 폐쇄 방침을 중국에 전했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2019년 탈북한 류현우 전 주쿠웨이트 북한 대리대사는 RFA에 "북한 해외 공관의 철수는 코로나19 확산 이전에 결정됐던 사안"이라고 밝혔다.
류 전 대리대사는 "대북 제재 여파가 2019년 가시화함에 따라 같은 해 7월경 해외 공관을 폐쇄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었다"며 "전반적인 북한 재정 실태가 악화했기 때문에 재정 고갈로 외화를 보장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공관 폐쇄 절차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중단됐다가 최근 국경 개방 등 방역 완화 조치 이후 재개됐을 것이라고 봤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16년 북한의 4·5차 핵실험을 계기로 대북 제재를 잇달아 채택하며 제재를 강화했고 아프리카 국가들도 이에 동참해 앙골라와 우간다가 2017년 북한 건설사·노동자·군 교관 등을 추방한 바 있다.
류 전 대리대사는 "향후 공관들의 추가 폐쇄가 있을 수 있다"며 세네갈, 기니, 네팔, 리비아, 알제리 공관 철수가 유력하다고 봤다.
북한은 아프리카 지역 공관 철수 전까지 전 세계 53국에 공관(대사관 47개, 총영사관 3개, 대표부 3개)을 운영했다. 탈북 외교관 출신인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지난달 31일 페이스북 글에서 북한의 재외공관 연쇄 철수 움직임에 대해 “북한이 다수의 해외 대사관을 한꺼번에 철수시킨 것은 90년대 말 ‘고난의 행군’ 이후 20여 년만”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