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일본어 실력 발휘하나? 백두혈통의 일본 사랑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 15일 북일 관계에 대해 “두 나라가 가까워지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며 기시다 수상이 평양을 방문하는 날이 올 수 도 있을 것”이라며 관계개선 의지를 내비쳤다. 김여정의 북일 관계 개선 담화는 한국과 쿠바의 전격 수교 발표 하루 만에 나왔다. 사회주의 형제국인 쿠바의 배신에 충격을 받은 북한이 북일관계 개선을 통해 외교적 고립 탈피에 나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사진 조선중앙TV
북한이 대일 관계 개선에 나설 경우 김정은의 대변인 격인 김여정이 전면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여정은 2018년 남북관계 개선 때도 전면에 등장한 바 있다. 김여정이 북일 협상과정에서 일본어 실력을 발휘할지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북한과 학술교류를 해온 일본인 학자에 따르면 김여정은 일본인 손님들이 방문하면 통역을 할 정도로 일본어 실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일의 요리사 출신인 후지모토 겐지의 증언에 따르면, 김정은과 형인 정철도 간단한 일본어는 어릴 적부터 알고 있었다고 한다.
이는 북송 재일교포 출신 생모 고용희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김정은과 형제들은 어릴 때부터 일본 문화에 대한 긍정적 마인드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후지모토 겐지의 증언에 따르면 김정은은 7세 무렵 수행원들과 함께 놀이 상대가 돼 주던 자신과 일본 동요를 불렀다고 한다. 후지모토가 언급한 일본 동요는 '빨간구두(赤い靴)' '일곱살 아이(七つの子)'등 오래되고 유명한 동요들이다. 당시 어린 김정은은 수행원들에게 해당 동요를 불러보라고 시킨 뒤, 일본어 가사가 맞는지 후지모토에게 확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은 8세 무렵인 1991년경 어머니인 고용희와 함께 위조 여권으로 도쿄 디즈니랜드를 수차례 방문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일본 주간지 ‘문예춘추’에 따르면, 김정은은 유학시절 ‘드래곤볼’ 등 일본 만화를 즐겨 봤는데, 특히 인기 농구 만화 ‘슬램덩크’를 애독했다고 한다.

2023년 8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딸 주애가 북한 해군절 축하 연회에 참석한 가운데 주애의 앞에 파란색 소금통이 놓여 있다. 일본 제품인 아지시오 소금으로 확인됐다 / 사진 조선중앙TV

소금통에는 ‘주먹밥과 삶은 달걀에 제격’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고, 김주애의 접시에 담긴 주먹밥이 놓여있다./사진 조선중앙TV
김정은의 일본사랑은 최근에도 이어지고 있는데 김정은 일가가 일본 제품을 사용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지난해 8월 김정은이 딸 주애와 함께 북한 해군절 축하 연회에 참석했을 때 김주애 테이블 앞에 일본 식품회사에서 만든 소금통이 놓여 있었다. 1980년대 일본에서 유명세를 탔던 일본 아지노모토(AJINOMOTO)가 만든 아지시오 소금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20년 8월 검은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몰고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수해 현장을 방문해 주민들과 만나는 모습 / 이 차량은 일본 도요타의 렉서스 LX570 모델로 추정된다./ 사진 조선중앙TV
김정은의 일본 제품 애호는 곳곳에서 드러난다. 김정은은 지난해 1월 소년단대회에 참석한 1만 여명의 학생들에게 일본 세이코 시계를 선물했다. 김정은이 직접 렉서스 SUV를 직접 몰고 수해 현장에 나타나거나 미사일 발사를 참관시 니콘 쌍안경을 사용하는 장면도 북한 관영 매체를 통해 확인된다.
북한에서 1970년대 말 1980년대 초 김정일과 고용희가 사용한 특각에서 관리원으로 근무했던 탈북여성 A씨의 증언에 따르면 특각 내부 가전제품은 물론 샴푸도 일제 상품을 사용했다고 한다.
이렇게 김정은은 생모 고용희 덕분에 어려서부터 일본 문화와 친숙해졌지만 생모의 존재를 떳떳하게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생모가 재일교포 출신인데다 외조부의 일제 강점기 친일 행적 때문이다. 김정은의 외조부 고경택씨는 일제 강점기 일본 육군성 소속 ‘히로타 군복 공장’에서 관리인을 지낸 것으로 확인됐는데, 항일투쟁을 강조하는 백두혈통의 순결성에 결정적인 흠이 된다.

2023년 1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선물한 일본제 세이코 시계를 살펴보는 조선소년단 제9차대회 대표들/사진 조선중앙TV
김여정이 담화에서 일본인 납치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다는 전제조건을 내세우면서도 북일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북한의 필요성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낮은 지지율로 고전을 겪는 기시다 정부의 입장에서도 북일정상회담은 그렇게 나쁜 카드는 아니다. 김정은은 일본과 수교협상 재개를 통한 외교적 고립 탈피, 일제 강점기 청구권 자금을 확보할 수도 있다.
한국이 전날 북한의 형제국인 쿠바와 전격 수교를 발표한 것에 대한 맞대응 차원의 조치라는 지적도 있다. 미국의 코앞에서 사회주의 이념을 공유해온 형제국 쿠바의 배신에 김정은과 지도부가 충격을 완화하고, 외교적 고립에서 탈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최경희 샌드연구소장은 “1991년 사회주의 종주국이던 소련과 한국이 수교했을 때 북한이 받은 충격이 그대로 재현된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은 이미 1978년 개혁개방을 하고, 이듬해 미국과 수교하며 줄곧 자본주의 발전의 길을 걸었기 때문에 한소 수교보다 충격이 덜했을 것”이라고 했다.